5, 6년전쯤에 여름 휴가철에 관광지 지역에서 버스가 끊기는 바람에, 예기치 않게 하룻밤 묵어 가야할 일이 생겼다. 휴가철이라서 좀 멀쩡해 보이는 숙소는 만원이었고, 어쩔 수 없이 좀 허름한 외따로 떨어져 있는 한 여관에서 자게 되었다. 기분 나쁜 냄새가 감도는 여관 이었지만, 그래도 워낙에 사람들이 많이 몰린 상황이라서, 그 곳마저 빈 방이 많이 남아도는 편은 아니었다. 나는 어차피 다른 수도 없을 것 같아서 그곳에서 묵기로 하였다. 방에 짐을 풀고 자리에 누워 보니, 벽지 무늬에 어울려 잘 보이지 않게 되어 있지만, 벽에 아주 작은 구멍이 하나 나 있는 것이 보였다. “엿 보는 구멍이구나.” 나는 여관 수준을 알만하다고 혀를 끌끌 차면서도, 구멍에 눈을 댔다. 구멍을 통해서는 방 건너편이 환하게 넘겨다 보였다. 옆 방에 누가 묵는지는 모르겠지만, 잘하면 흐뭇한 구경거리 꽤나 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. 옆방에 사람이 지금 있나, 없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구멍에서 눈을 떼고는, 다시 자리에 누우려고, 구멍에서 눈을 뗀 그 순간. 그 구멍으로 날카로운 송곳이 마구 찔려나왔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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